외계의 신비 [X-FILES TERMINAL v3.14]

FRB 121102: 30억 광년 밖에서 수백 번 반복된 우주 신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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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광년 밖에서 온 한 점의 신호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사이,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어느 한 점이 있다. 그런데 그 점에서, 30억 광년이라는 아득한 거리를 건너 정체불명의 전파 섬광이 날아왔다. 단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번쩍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섬광이 정확히 같은 좌표에서 수백 번이나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2016년 천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호, FRB 121102다. 자연이 우연히 만든 것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규칙적이었고,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것을 외계 문명의 신호가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빠른 전파 폭발이란 무엇인가

빠른 전파 폭발은 영어로 Fast Radio Burst, 줄여서 FRB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아주 짧은 순간 강력한 전파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FRB는 몇 밀리초, 그러니까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된다. 문제는 이 폭발이 대개 단 한 번만 관측된다는 점이다. 신호가 온 방향을 다시 관측해도, 두 번 다시 같은 자리에서는 아무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FRB는 유령처럼 한 번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연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런 신호가 수십억 광년의 거리를 건너 지구의 안테나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상상하기 힘든 에너지가 개입돼 있다는 뜻이었다.

2007년, 최초의 흔적

이야기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천문학자가 오래전 저장돼 있던 전파 관측 기록을 살펴보다가, 그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전파 폭발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것이 인류가 빠른 전파 폭발이라는 현상을 처음으로 인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신호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 무엇이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우주 어딘가에서 한 번 번쩍이고 사라진 미스터리로 남았을 뿐이다. 이후 몇 년 동안 비슷한 폭발이 드문드문 보고됐지만, 하나같이 단발성이었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다.

2012년 11월 2일, FRB 121102의 등장

2012년 11월 2일, 푸에르토리코의 거대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 또 하나의 강력한 폭발을 포착했다. 이 신호에는 관측된 날짜를 따서 FRB 121102라는 이름이 붙었다. 앞자리 열두는 2012년, 그다음은 11월 2일을 뜻한다. 처음에는 이것도 그저 흔한 일회성 폭발 중 하나처럼 보였다. 당시 누구도 이 신호가 훗날 천문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같은 좌표를 계속 감시하기 시작했고, 그 끈질긴 관측이 결국 놀라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반복이 확인되다

2016년, 국제 연구팀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레시보 망원경이 FRB 121102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열 번이 넘는 폭발을 다시 잡아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빠른 전파 폭발이 단 한 번뿐인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였다. 여기서 중요한 논리가 등장한다. 만약 이 신호가 별이 폭발하면서 생긴 것이라면, 그 별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야 한다. 폭발한 별은 두 번 폭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FRB 121102의 근원은 멀쩡히 살아남아, 몇 번이고 다시 빛을 쏘아 보냈다. 무언가가 그 자리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회성 신호와 반복 신호의 결정적 차이

이 발견이 왜 그토록 충격적이었는지 이해하려면, 두 종류의 신호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한다. 보통의 빠른 전파 폭발은 단 한 번 번쩍이고 영원히 침묵한다. 별의 죽음처럼, 한 번 일어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격변적 사건이다. 반면 FRB 121102는 같은 좌표에서 수십 번, 나중에는 수백 번씩 폭발을 반복했다. 죽은 별이 낼 수 있는 신호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살아 있는 무언가가, 그것도 상당히 규칙적으로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는 상상은 연구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반복성이야말로 이 신호를 우주의 다른 모든 폭발과 구별 짓는 결정적 특징이었다.

유력한 후보, 마그네타

그렇다면 이렇게 살아남아 반복적으로 폭발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가장 유력하게 지목한 후보는 마그네타라는 천체다. 마그네타는 태양보다 훨씬 무겁던 별이 수명을 다하고 붕괴하면서 남긴, 도시 하나 정도 크기의 초고밀도 중성자별이다. 이 별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강력한 자기장을 두르고 있으며, 이따금 그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한다. 마그네타 가설은 반복성과 막대한 에너지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유력한 가설이라는 점이다. 2016년 당시에는 확정된 답이 결코 아니었고, 마그네타와 FRB의 직접적인 연결은 이후의 관측을 통해 조금씩 힘을 얻어 갔다.

외계 문명이라는 상상

모두가 마그네타 가설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신호가 너무나 규칙적이고 집요하게 반복됐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혹시 이것이 지적인 존재가 의도적으로 보내는 신호는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한 천문학자는 신중하게, 우리는 아직 이 신호를 자연 현상만으로 전부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외계 문명의 존재를 단정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겸허한 고백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고, FRB 121102는 순식간에 대중적인 우주 미스터리의 상징이 됐다. 과학은 신중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은 훨씬 멀리까지 뻗어 나갔다.

9년을 추적한 사람들

이 신호를 추적한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들은 매일 밤 같은 하늘의 한 점을 향해 거대한 안테나를 겨눴다.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나갔고, 또 어떤 날은 몇 시간 사이에 폭발이 연달아 쏟아졌다. 신호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관측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 그들은 우주가 자신들에게 말을 거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오직 그 반복을 기록하고 또 기록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폭발이 올 때마다 관측실은 숨을 죽였고, 데이터가 화면에 찍히는 순간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답을 찾지 못했지만, 아무도 그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쌓여가는 기록과 157일의 주기

시간이 흐를수록 관측 기록은 점점 두꺼워졌다. 처음 반복이 확인된 2016년에는 폭발이 열몇 번 수준이었다. 하지만 더 크고 민감한 망원경들이 이 좌표를 겨누기 시작하면서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어떤 관측에서는 단 하루 만에 수십 번의 폭발이 쏟아졌고, 누적된 폭발의 수는 곧 수백 번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접시 전파 망원경인 중국의 FAST가 추적에 합류하자, 단 두 달 사이에 1600번이 넘는 폭발이 한꺼번에 기록되기도 했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과학자들은 마침내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폭발이 약 157일을 주기로 활발해졌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시계처럼 정확한 규칙이었고, 이 주기성은 지금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마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

9년이 넘는 추적 끝에도, FRB 121102의 정체는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마그네타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떠올랐지만, 그 규칙적인 주기가 왜 생기는지는 아직 아무도 확실히 설명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은 극한 환경에 놓인 죽어가는 별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천체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30억 광년 밖 그 작은 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제 겨우 그 신호를 듣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답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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