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별에서 도착한 한 줄기 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에서, 폭이 거의 없는 신호 하나가 도착했다. 주파수는 982.002메가헤르츠, 오직 한 지점에 모인 깨끗한 음이었다. 호주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은 이 소리를 무려 30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다. 자연은 이렇게 좁은 신호를 스스로 만드는 법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같은 하늘을 다시 겨눴을 때, 그 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신호에는 BLC1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한때 인류 역사상 가장 그럴듯한 외계 신호 후보로 불렸다.

프록시마 켄타우리, 태양 다음으로 가까운 별
신호가 온 별의 이름은 프록시마 켄타우리다. 태양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며, 거리는 약 4.2광년에 불과하다. 4.2광년은 빛의 속도로도 4년 넘게 달려야 닿는 거리이지만, 우주적 규모에서는 사실상 바로 옆집이나 다름없다. 프록시마 켄타우리는 붉게 타오르는 작은 별, 이른바 적색왜성이다. 크기는 태양의 7분의 1 남짓으로 작지만, 때때로 강력한 플레어 폭발을 일으켜 주변 행성에 거센 방사선과 빛을 퍼붓는다.
이 별 주위에는 프록시마 b라는 행성이 돌고 있다. 이 행성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이른바 생명 가능 지대에 자리한다. 표면에 액체 물이 있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며, 바로 그 이유로 이곳은 외계 생명을 찾는 과학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목표가 되었다. 다만 적색왜성의 잦은 폭발이 대기를 벗겨낼 수 있어, 실제로 생명이 살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인 가설이다.

1억 달러의 귀, 브레이크스루 리슨
2015년,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는 브레이크스루 리슨이라는 야심 찬 계획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가장 가까운 별들을 향해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전파망원경을 겨누고, 지적 생명이 보냈을지 모를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스티븐 호킹이 발표 무대에 함께 서면서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계획의 핵심 도구 중 하나가 바로 호주의 파크스 천문대였다. 지름 64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는 수십 년 동안 우주의 미세한 전파를 들어 온 베테랑 망원경이다. 인류는 이 정교한 귀를 프록시마 켄타우리라는 가장 가까운 이웃 별에 맞췄다.

2019년 4월, 파크스가 듣기 시작하다
이야기는 2019년 4월 29일에 시작된다. 파크스의 64미터 전파망원경이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브레이크스루 리슨 팀은 이 별을 약 30시간에 걸쳐 관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애초에 노린 목표가 외계 신호 자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 별이 이따금 일으키는 거대한 플레어 폭발을 관측하려 했다.
관측은 별다른 소동 없이 끝났고, 데이터는 수만 개의 파일이 되어 저장 장치 속에 잠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난 2020년 가을, 셰인 스미스라는 젊은 인턴 학생이 그 방대한 자료를 한 줄씩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화면 위로, 누구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한 줄기 선이 천천히 떠올랐다.

982.002MHz, 자연이 만들기 어려운 소리
발견된 신호에는 BLC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브레이크스루 리슨 후보 1번이라는 뜻이다. 신호의 주파수는 982.002메가헤르츠로,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또렷하게 특정되는 값이었다. 이 대역은 인공위성이나 휴대전화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비교적 조용한 구역이었다.
무엇보다 신호는 대역폭이 극도로 좁았다. 단 하나의 음처럼 한 지점에 응축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우주의 자연 현상, 예를 들어 별이나 가스 구름이 내는 전파는 보통 넓은 주파수 범위에 걸쳐 퍼진다. 이렇게 한 점에 모인 좁은 대역 신호는, 그때까지 오직 인간이 만든 기계 장치만이 낼 수 있는 특징으로 여겨졌다.

과학자를 소름 돋게 한 주파수 이동
연구진을 진짜로 긴장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신호의 주파수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조금씩 위로 밀려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세한 변화를 도플러 이동이라고 부른다. 만약 신호를 보낸 무언가가 회전하거나 움직이는 행성 위에 있다면, 그 운동 때문에 우리가 받는 주파수가 서서히 변할 수 있다.
지구의 흔한 전파 잡음은 보통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거나, 이렇게 규칙적으로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BLC1의 완만한 주파수 이동은 마치 어딘가 움직이는 표면에서 날아온 것처럼 보였다. 데이터를 확인하던 연구진의 가슴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신호는 단순한 잡음에서, 진지하게 다뤄야 할 후보로 격상되었다.

검증대에 오른 신호
브레이크스루 리슨의 책임자였던 앤드루 시미온은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흥분하는 팀원들에게 먼저 이 신호가 자신들이 만든 오류나 지구의 간섭이 아닌지부터 철저히 증명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과학에서 외계 지적 생명의 증거는 가장 무거운 주장이며, 그만큼 가장 엄격한 검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신호의 여러 특징을 하나씩 정리했다. 주파수는 982.002메가헤르츠 한 지점에 못 박혀 있었고, 약 30시간의 관측 동안 여러 번 또렷하게 나타났다. 가장 기이한 점은 방향이었다. 망원경을 프록시마에서 살짝 비껴 돌리면 신호가 사라졌다가, 다시 별을 겨누면 나타나는 듯 보였다. 마치 정확히 그 별에서만 오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세상에 공개되던 날
2020년 12월, 이 신호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전 세계가 술렁였다. 정말로 외계 문명의 첫 증거가 잡힌 것이냐는 기대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연구진의 태도는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들은 이것을 결코 외계 신호라고 단정한 적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흥분 대신 의심을 택한 이 냉정함이, 결국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밝혀진 진짜 정체, RFI
2021년, 오랜 정밀 분석 끝에 연구진은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BLC1은 외계의 신호가 아니었다. 그 정체는 지구 어딘가의 인간이 만든 전자기기에서 새어 나온 전파 간섭, 이른바 RFI였다. RFI는 라디오 주파수 간섭을 뜻하는 말로, 우리 주변의 각종 전자장비가 뿜어내는 잡음이 관측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현상이다.
놀라운 점은, 이 잡음이 진짜 외계 신호처럼 좁고 정교하게 보였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후 비슷한 주파수 특성을 가진 여러 간섭 신호를 지구 근처에서 찾아냈다. 결국 가장 그럴듯했던 외계 신호 후보는, 우리 자신이 만든 메아리였던 셈이다.

이 사건이 남긴 서늘한 질문
BLC1은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 사건은 SETI, 즉 외계 지적 생명 탐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값진 교훈과 서늘한 질문을 동시에 남겼다. 우리가 만든 기계의 소음조차, 외계 문명의 신호와 이토록 닮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진짜 외계 신호가 언젠가 도착한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 자신의 잡음과 확실하게 구별해 낼 수 있을까.

동시에 이 사건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준 모범 사례이기도 했다. 연구진은 흥분을 억누르고, 가장 매력적인 가설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검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가장 가까운 별은 오늘도 조용히 그 자리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인류가 기다리는 진짜 신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